너는 너로 살고 있니.....
손을 뻗으면, 그 뻗은 손을 놓치지 않고 잡아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내게 결핍되어 있다면 나는 어디서 그 믿음을 구해야 할까요. 눈을 감고 힘껏 손을 뻗어보고 싶습니다. 그 어떤 손이 한 줄기 빛처럼 뻗어와 내 손을 잡아줄 거라는 믿음에 내 전 존재를 맡기고 싶습니다.
능들 위로 새가 한 마리 사선을 그리며 날아갑니다. 까마귀나 까치는 아닙니다. 직박구리일까요. 찌르레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새가 내 시야로 날아들 확률은 얼마일까요. 얼마의 확률을 뚫고 저 새는 내 시야로 날아들었을까요. 십만 분의 일, 백만 분의 일, 천만 분의 일……? p45
절간 같던 집이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가득하다. 아침부터 에어컨 풀가동 해놓고는 TV 소리, 엄마 찾는 소리, 무언가 요리하는 냄새.... 노서동 고분 앞에 있던 그 돌의자는 아직 그대로 있을까?
내 삶이, 내 삶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와 삶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은, 나 자신이 짝이 아닌 받침대 위에 쌩뚱맞게 올라가 있는 찻잔만 같을 때가요..... p85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 인간의 운명이 씨앗의 운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저마다 어느 순간 허공으로 날려 어딘가에 내던져지는 것이 아닐까요.... p118
나는 누구로부터 버려진 걸까요. 버려졌는데, 누구로부터 버려졌는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는 했습니다. 내가 나로부터 버려진 것이라면 나는 나를 왜 버렸을까요. 그리고 나는 나를 어디에 버렸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자신으로부터 버려진 고아들이 아닐까요..... p162
나는 나를 왜 버렸을까요. 그리고 나는 나를 어디에 버렸을까요.............